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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등장한 신조어들은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몇 년전 유행한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은 이젠 식상한 느낌이다. 부모의 등골을 부러 뜨릴 정도로 힘든 부담감을 일컽는 '등골 브레이커'가 등장했고 여기에서 파생한 너무 비싼 책 가방을 의미하는 '등골 백팩'이 나왔다. 자식 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모의 부담을 빚댄 '대전동 아빠'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아빠란 뜻이다.
신조어야 말로 우리 사회 풍속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다. 신조어는 직장인 사회와 관련한 것이 가장 많아 100여개가 넘는다.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한 처세를 하는 사람을 빚댄 '소주타'를 비롯해 말만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토족', 직장에서 동료를 따 돌리는 '직따' 등 무수하다.
취업난 등 경제난이 만들어 낸 신조어들도 꽤 많다. 이코노미(economy)와 자살(sucide)의 합성어인 이코노사이드가 대표적이다. 이는 생활고로 자살한다는 의미다.
경제위기로 자주 얼굴을 찡그려 미간에 생기는 주름 모양을 빚댄 '11자 주름'도 있다. 경제사정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가 있으며 '5천원족' '생강녀(생활력이 강한 여성)' 등도 있다.
이런 신조어를 대하다 보면 세상이 참 각박하고 어두운 느낌이 스쳐 진다. 신조어 중에는 접미사에 '푸어'가 붙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비싼 전세나 월세 지출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어려운 사람을 뜻하는 '렌트 푸어'가 있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점과 토익 점수를 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가 생활이 거덜난 '스펙 푸어'가 있다.
또 결혼 비용을 위해 대출 받아 가난해진 '웨딩 푸어'가 있으며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살기 어려워진 사람을 일컽는 '에듀 푸어'가 있다. 자가용이 없는 '카 푸어'도 있다.
이밖에 조기 실직한 남편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아내의 '은퇴 남편 증후군'도 있다. 세대별 애환을 지칭하는 신조어들도 많다.
실업과 빈곤으로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좌절 세대'라 부르며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부모에 엊혀 사는 중년을 '기생 중년', 취업 후에도 찰거머리 처럼 부모에게 심적 물적으로 기대어 사는 사람을 '찰러리맨'이라 한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식생활과 외식 여가등 가족의 생활 방식을 모두 어린 자녀에게 맟추는 '펭귄 부부'도 있다.
노후에 대한 불안이 크지만 대책이 전혀 없는 사람을 '타조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조가 맹수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땅속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의 모습을 빚댄 말이다.
세대별 신조어를 보면 아프지 않는 세대가 없음을 새삼 알 수 있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멘붕' '얼짱' 같은 말은 차라리 재치가 있고 명랑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요즘 등장한 신조어들은 한결 같이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사회에 웃을 일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는 신조어, 비속어, 은어 등은 개선돼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결핍과 욕망의 심리를 들여다 볼 때가 아닌가 한다. 많은 신조어 탄생은 결국 언어 발전의 양날의 칼인 듯 하다.
/김명룡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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