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륜대사(人倫大事)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표적 인륜대사(人倫大事)로는 결혼과 장례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은 새 생명의 잉태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장례는 한 생명의 귀거래사(歸去來事)이다. 결혼은 부모가 보내고(자식의 장가나 시집을), 장례는 자식들이 보내는 일을 맡는다고 볼 때 그 관계적 의미는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또한 인륜대사라고 할 만큼의 법도로 여겼을 것이다. 또한 그 둘은 서로 물리고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적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인륜(人倫)이란, 사람으로서의 떳떳한 도리이며, 군신, 부자, 형제, 부부 등 상하 존비의 인간 관계나 질서를 말한다. 철학자 헤겔의 용어를 빌리면, 그는 인륜을 '객관화된 이성적(理性的) 의지(意志)'라고 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인륜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의식이나 행동방법이 변천하면서 전수되고 있다.
[출처] 인륜대사(人倫大事)|작성자 청천
* 혼례(婚禮), 가장 으뜸가는 '인륜대사'
혼례(婚禮)는 관혼상제 중 가장 으뜸가는 인륜대사다. 따라서 전통혼례는 품격이 있었고 순결한 의식으로 진행되었다. 지금의 결혼식은 육례(六禮) 중 끝자락인 친영(親迎)에 해당한다. 신랑이 신부 집에 와서 친히 맞아 가는 의식이다. 의식 또한 ‘혼례(昏禮)’라 하여 신부 집 마당에서 거행하는 황혼의 예식이었다. 황혼이란 음양이 교차하는 시각으로 남녀상합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화수 한 그릇을 놓고 백년가약을 맺는 민초들의 혼례도 최소한 3가지 예는 갖추었다. ‘관세례’라 하여 손을 씻어 몸을 정화하는 예를 갖추었고, ‘교배례’로 서로 절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으며 합환주를 마시는 ‘수작례’로 하나가 되는 의미를 되새겼다.
* 화합의 키워드 ‘부부’
지금의 결혼식은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서양의식이다. 결혼식이란 말도 일본어다. 당시에는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초례청에 들어와 신랑에게 인계되는 의식 자체가 낯선 문화였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여성은 아버지의 소유물이었고 혼례를 치르면서 그 소유권을 신랑에게 넘긴다는 뜻이다. 중세 봉건영주는 신부의 초야권까지 가졌다.
우리 전통혼례는 이성지합(二姓之合)의 연분을 맺는 두 가문의 경사요 동네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던 마을 잔치였다. 지금의 결혼식은 축의금 내고 도망가기 바쁘고 성스럽기는커녕 시장골목 같은 분위기다. 오랜 인연으로 주례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혼례청의 신선한 순결함도, 진심어린 축하도 드물고 하객들과 하나되는 축제 의미도 증발되어버린 채 웨딩마치에 볼품없는 차용문화의 허울만 남았다.
부부는 화합(和合)이 ‘키워드’다. 두 사람이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루기 때문이다. 가장 잘 비유한 것이 중국《시경》소아편의 ‘금슬’이란 노래다. 금(琴)은 거문고를 슬(瑟)은 비파를 말한다. 두 악기가 한 악기처럼 가락과 화합이 잘 맞고 환상적인 리듬을 탄주할 때의 아름다운 모습이 ‘금슬’이다. 부부의 사랑을 가리키기도 한 금슬은 그 말이 변하여 오늘날 ‘금실’이 되었다. 이처럼 음양화합으로 한마음이 된 부부의 정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다.
흔히 부부가 되는 일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하나로 화합하는 일로 비유된다. 명심할 일은 사람은 서로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생연분인 것이다. 잉꼬부부로 80년을 해로한 노부부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그들은 딱 한마디를 했다. “Honey, You’re right.” 어떤 일이 있어도 ‘여보 당신이 옳아요’란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부란 서로가 절대적인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않아야 할 부부간 불문율이다. 부부가 하나가 되어 살다 보면 세상 사는 이치도 깨닫게 된다. 우리 고유 경전인《천부경(天符經)》에는 처음도 끝도 일(一)이지만 그 하나는 영원하고 끝이 없다고 했다. 상대와 하나 되는 일은 예술의 원천이고 진리를 찾는 열쇠다. 부부관계의 진수이기도 하다.
* 금슬, 한마음으로 가꾸는 화초
아내라는 우리말의 어원은 ‘집안의 해’란 뜻이다. 아내가 밝아야 남편도 즐겁고 가정이 행복해진다. 집안의 해인 아내도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실어줘야 된다. 팔만대장경은 귀머거리 남편과 눈먼 아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빗대었다. 역설적인 메타포(隱喩)겠지만 대체로 남자는 여자보다 어리석다. 남자는 어머니 셋을 둔다고 한다. 낳아준 어머니와 어머니 모상(模像)으로서의 아내와 죽어서 안기는 대지다. ‘여자는 죽어서도 어머니고 남자는 죽어서도 아이’라 한다. 아내가 감수해야 할 남편의 원형질이다. 아름다운 금슬은 최고의 미학이지만 유리잔처럼 깨질 수도 있다. 어려울 때 부부는 스킨십으로 리모델링도 해야 한다. 금슬은 한마음으로 가꾸어야 할 살아 있는 ‘화초’다.
[출처] 제갈태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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