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나다’와 ‘신나다’★
‘신(神)난다’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표현과 속담 등에서 엿볼 수 있듯 한국어에는 무속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다.
‘굿과 네오샤머니즘의 비교를 통한 한국어 교육 방안 연구’라는 논문으로 한국의 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40대 미국인 남성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의 남성이 한국의 무속(巫俗)을 소재로 석사 논문을 썼다는 게 눈길을 끌었는데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과 무속 문화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게 특이하지요.
하지만 사전에 따른다면 ‘신(神)난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기분이 매우 좋아지다’는 뜻의 단어는 ‘신나다’(2014년 표준어로 등재)입니다. 여기서 ‘신’은 ‘귀신 神’이 아니라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매우 좋아진 기분’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요. 일상에서는 ‘신난다, 신바람 난다, 신명 난다’ 등으로 쓰이지요. ‘신’과 마찬가지로 ‘신바람’ ‘신명’도 순우리말입니다.
‘신’이 나기 위해선 우선 뭔가에 호기심이 생겨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틀에 박힌 생각이나 행동에 갇혀 산다면 새롭고 신날 일이 없지요. 이럴 때 스스로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가끔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를 본다든지, 악기 연주에 도전해보는 식이지요. 이런 식의 시도가 무미건조한 일상에 색다른 경험의 계기가 되고 생기도 불어넣지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의외의 재미를 발견하는 순간 그 분야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신바람을 넘어 신(神)들린 듯한 경지로도 들어갈 수 있으니 인용문에서처럼 ‘신(神)난다’는 표현도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무속신앙이나 민속학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일상에서는 ‘신나게’ 살 궁리만 해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