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영학

[B세대 1315] <2> 떠도는 아이들-거리서 만난 열세살 상수

인천혁신교육 선구자 2010. 7. 17. 11:13


집·학교 싫어… 친구 따라서… 갈 곳 없어도 반복되는 가출중독
[B세대 1315] <2> 떠도는 아이들-거리서 만난 열세살 상수
열명 중 한명 꼴 가출 경험… 3분의 1이 가정문제 이유… 경험자 54%가 두번 이상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5일 오전 1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원, 10대 소녀 3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순찰 중이던 경찰이 다가가 "가출 신고가 돼 있는지 지구대로 가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인근 주택가로 재빠르게 줄행랑을 쳤다. 그 뒤를 쫓았다.

이들은 17세 동갑내기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2주 전 이모양의 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가 때리기만 하는데 들어가기 싫다"(김모양), "집이 집 같지 않다"(최모양) 등의 이유로 의기투합해 거리로 나섰다. 최양은 첫 가출이지만 김양과 이양은 15세였던 2008년 1년간 가출한 이후 세 번째다.

가출도 중독된다

가출 청소년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에 신고된 가출 청소년은 2만2,287명으로 소폭(3.5%) 줄어든 2008년을 제외하면 줄곧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초ㆍ중ㆍ고생 열명 중 한 명꼴(11.6%)로 집을 나갔다.

더 큰 문제는 중독성이다. 여성가족부가 2008년 전국 중ㆍ고교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두 번 이상 가출한 청소년은 가출 경험자의 절반이상(54.4%)이었다. 최초 가출시기도 빨라져 초등학교 때 첫 가출을 한 청소년은 38.5%였다.

집을 나와도 갈 곳은 마땅치 않다. 1만원정도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PC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남자 아이들은 취객이나 더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뺏고, 여자 아이들은 성매매 등 범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B세대 1315 가출의 일그러진 현실이다. 가출 소녀 A양은 "가출한 또래 중 성폭력을 당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지만 누구 하나 신고하거나 알리지 않는다. 경찰도 믿지 않는다. 혼자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왜 떠도는가

가출은 역시 가정문제 탓이 크다. 여가부의 조사결과 부모와의 갈등(19.4%), 부모간 갈등(9.6%), 부모의 신체적 학대(3.9%) 등 가정문제로 가출 충동을 느낀다고 대답한 학생이 3분의 1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가정폭력은 결손가정 등 소외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취재 중 만난 가출 소년 박모(14)군은 서울의 중산층 부모 밑에 살다 두 달 전 집을 나왔다. 박군은 "공부는 안 하고 기타만 튕긴다고 아버지가 기타를 발로 차 부수고 뺨을 때려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의 어깨에 걸린 기타는 100만원 짜리라고 했다.

놀고 싶어서, 무작정 친구 따라 등 뚜렷한 이유 없는 가출도 38%나 됐다. 김은녕 성남청소년쉼터 소장은 "IMF 파동 이후 경제문제로 인한 가정의 와해, 부모의 역할 부재 등 환경적인 영향으로 가출하는 1315가 많다"며 "가정으로 돌아간다 해도 환경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출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방치되는 아이들

이양 일행은 며칠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듯 매우 피곤해 보였다. 기자가 이들을 받아줄 청소년보호기관을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한 청소년보호기관 관계자는 "무리 지어 다니는 아이들은 분위기를 흐려서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가출 소녀 셋은 기자가 쥐어준 돈을 들고 인근 여관으로 향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안전망이 너무나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 제도는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낼 뿐 실효성이 없다"며 "가출 청소년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때까지 시설에서 보호해주고, 자신의 가정이나 위탁가정 등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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