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상식

수학여행 중단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천혁신교육 선구자 2014. 9. 26. 08:38

                                      수학여행 중단만이 능사는 아니다

 

                                                                                                                  인천일보 사설(20140926일 금요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격이다. 앞으로 학생들은 학창시절 추억이 깃든 수학여행을 역사책에서나 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천지역 초··고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재개된 수학여행을 대부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총 507개 인천 초··고교 중 4% 수준인 20여개 학교만 올 2학기 수학여행을 실시한다. 세월호 사고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부모들이 꺼려해 빚어진 결과다. 학생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했겠지만, 부모들의 우려 수준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 같다. 수학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학교들도 배편 보다는 비행기나 단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데에는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제시한 현장학습 운영매뉴얼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들은 수학여행을 실행 할 경우 반드시 학생과 학부모 80%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학생 50명당 1인 이상 안전요원을 동행해야 하고, 수학여행에 앞서 일제점검과 컨설팅까지 받아야 한다. 안전요원 인건비를 수학여행비에 포함시키고, 단체 교육 일정 마련 등이 여의치 않은 일선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포기하는게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내년 봄 수학여행도 실시할 의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수학여행은 아련한 추억거리로만 남게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안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물며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집을 떠나는 수학여행에서 안전문제는 최우선 순위다. 그러나 강화된 매뉴얼만 앞세워 수학여행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더 큰 문제다. '일을 벌이지 않으면 책임 질 일도 없다'는 전형적인 보신주의이자 복지부동의 자세다.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설레는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가슴아픈 사고다. 그러나 수학여행을 이런 저런 이유로 슬그머니 중단해 버리면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추억과 낭만을 무참히 빼앗는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부터라도 수학여행을 안전하고 생산적인 현장학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