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교과교실형 학교 동향과 시사점
일본의 교과교실형 학교 동향과 시사점
류호섭(동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모두 알고 있듯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교과교실제의 중·고등학교 전면 확대 실시하고자 하는 정책에 따라, 향후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수는 급격하게 늘어 날 전망이다.
교과교실제의 추진 배경이나 목표, 정책, 그리고 문제점 등에 대하여는 본고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부탁받은 원고 내용이 일본의 교과교실제 운영에 대한 것(지면 관계상 간략하게)이므로 이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이미 교과교실제의 운영을 추진한 학교들의 현황, 끝으로 교과교실제의 추진 담당부서에 대한 당부 이야기로 본 원고를 정리하고자 한다.
일본에서의 교과교실제 운영과 공간구성의 동향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교과교실제에 해당하는 단어를 통칭 교과교실형(교과센터형, 교과센터방식의 단어 사용도 함)이란 용어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 대상 학교급은 중학교이지만, 10년 전부터 단위제·코스제 등의 운영을 전제로 교과교실형의 공간구성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 전부터 일본의 학교 건축계획에 대한 연구를 해 온 필자는 일본의 교과교실제 운영 및 그에 대한 공간구성의 동향을 크게 3단계1)로 구분하는데, 각 단계에 따라 학교의 운영, 그리고 그에 따른 공간구성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른 공간구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적어도 이전 단계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그리고 그 시대에 대응하는 중·고등학교 교과교실의 운영을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따라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단계 구분은 아래에 언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생활지도 중심인 학급의 운영과 교과의 운영이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가 혹은 분리하는가, 교과별 학습방법의 다양화(자기 주도적 학습 추구 등)를 추구하는 공간의 설치 여부와 그 구성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 제 1단계의 운영 및 공간구성
학급교실과 교과교실이 일치, 홈 베이스와 미디어센터가 없음, 교과별 교사 연구실이 없고 교무실로 운영
일본의 교과교실형 학교가 등장한 것은 대략 1958년경부터로 우리보다 훨씬 앞선다. 당시는 미군 군정의 권유로 인해, 그리고 급증하는 학생수에 대응하여 조금이라도 예산절약이라는 차원에서 제시되고 운영된 것이 바로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의 탄생 이유였다고 한다(당시 교과교실제 학교의 공간구성으로는 학교 전체의 면적 감소 효과가 있었다). 이들 학교들은 기존의 학급교실을 교과교실로만 바꾸고 다른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하였다. 이렇게 운영되었던 학교들은 학교생활의 불안정, 이동거리의 문제 등의 이유로, 몇 년 지나지 않아 모두 교과교실제 운영 이전의 학교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즉, 교과교실제 운영이 실패한 것이다.
- 제 2단계의 운영 및 공간구성
학급교실과 교과교실이 일치, 홈 베이스 설치(주로 락커 공간), 교과별 미디어센터 및 교과별 교사 연구실 설치
그 후, 제 1단계의 교과교실형에서 나타 난, 학생들의 이동시의 불편함, 그리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안정감 결여 등의 문제점 개선과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이란 취지에 따라, 일본에서는 1980년경부터 새로운 공간구성을 가진 교과교실형 학교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학교 운영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교과지도가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1단계와 같으나, 다른 점은 교과의 전문성과 교과학습의 다양성을 꾀하기 위하여 각 교과별 혹은 일부 교과로 미디어센터를 갖추고, 학교전체에 락커 공간과 약간의 생활적인 코너를 갖춘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당수 학교의 공간 구성은 이 단계의 초기 상태인 1980년대 경에 나타난 학교들의 평면과 유사한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교과교실형 운영 학교는 이 방식대로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도 각 교과별 공간을 충실하게 갖춘 학교들이 등장하고 있다(구시가와 중학교, 우타세 중학교, 헤이세이 중학교, 마찌다의 쯔루미가오까 중학교 등).
- 제 3단계의 운영 및 공간구성
학급교실과 교과교실의 분리, 홈 베이스 설치(락커 공간 및 생활기능의 충실), 교과별 미디어센터 설치, 교과별 교사연구실 설치
2000년대 후반에 나타난 교과교실형 학교 중에서 일부 학교는 교과센터 방식이라고 하는 운영과 공간구성을 하고 있다. 학교 운영은 기존의 특별교실형 학교의 운영이나 앞서의 교과교실형 운영의 학교와는 완전하게 다른 상태의 운영(우리의 현황에서 보면 어쩌면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연구와 협의, 그리고 합의를 거쳐 운영하고 있음이 특징이고 일부 학교에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교사와 학생이 참여하여 교과센터 방식에 대한 공간구성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음)을 하고 있다.
이 학교들은 2단계의 공간구성을 한 학교에서 교과교실 운영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학급운영(학생들의 생활지도, 조례, 식사 등)과 교과학습공간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2개의 기능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면 아무래도 교과 학습이 생활로 인하여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기존의 생활지도 그리고 교무 분장 조직을 새로이 조직하여 운영하고자 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학생들의 생활도 교과교실과는 다른 공간, 즉 홈베이스2)에서 학급별로 아침 조례 및 저녁 종례의 이용, 그리고 공강 시간의 이용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에 따라서는 점심 식사도 이곳에서 하는 학교도 있다. 말 그대로 홈 베이스를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충실한 홈(Home)의 기능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여 구성을 하고, 교과별로 교과미디어센터와 교사연구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상태의 학교를 말한다(메구로 중앙 중학교, 후꾸이 시민중학교, 나고야의 오오구찌 중학교 등).
이러한 분류에서의 교과교실제와 교과센터 방식이란 용어의 차이는, 주된 학습공간이 교실인가 아니면 교과교실을 포함한 전체의 공간(교과센터)인가의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즉, 학교의 학습공간을 교실로 한정시키는가 아니면 교실과 교과의 미디어센터 등의 공간을 모두 학습공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를 활용한 학습을 전개하는가에 대한 차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일본의 교과교실형 학교의 운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는 일본교육정책연구소의 屋敷和佳(야시끼 가즈요시)박사는 향후 일본에서의 교과교실형 운영 및 학교에 대한 전망을, 현재의 유지 속에서 첫째, 유휴교실을 활용한 교과교실의 정비, 둘째, 특별교실형과 인문계 교과의 특별교실의 설치의 절충형의 출현, 셋째, 고등학교에서도 보다 많은 교과교실형의 공간구성을 한 학교의 출현을 예상하면서도 기존의 학교 문화에 대한 교사들의 개선 인식변화와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한 일본의 성향상 우리처럼 급격한 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황
최근 어느 연구에서 필자가 교과교실제 추진 첫해(2009년)에 실시 대상이었던 45개 중·고등학교의 평면구성을 검토한 결과, ①전 학년·전 교과에서 교과교실제 추진이 예상되는 학교가 17개교 ②1교사 1교실제의 추진이 예상되는 학교수가 18개교 ③학년별로의 교과교실제 추진이 예상되는 학교수가 6개교 ④1, 2학년만 교과교실제의 추진이 예상되는 공간구성을 가진 학교수가 2개교 ⑤교과교실제와 1교사 1교실제의 겸용의 추진이 예상되는 학교수가 2개교로 분류되었다. 즉 모두 5개 유형의 공간구성의 학교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유형의 운영을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은 2010년에도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의 운영을 공간구성과 같이 대응시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교과교실제의 취지와 의의, 그리고 사회 발달에 요구되는 학교 교육 및 문화의 변화, 교과별 교사들의 협동을 통한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 등의 측면에서 보면, 첫 번째 유형의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학교는 교과교실제 운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공간구성을 가진 학교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과연 그 공간구성의 다양성만큼 긍정적인 측면에서 교과교실제의 운영이 다양하게 나타날 지 여부를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연구할 가치(이 시점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함)가 있는 현황이라고 생각한다.
맺음말
일본의 경우는 이런 리모델링을 통한 공간 구성을 갖춘 학교의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전면 개축이나 신축 시에 새로이 교과교실센터 형의 공간구성으로 건축하는 상태이고 전국적으로는 약 70여개 교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그 접근 방법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미리 전제해 놓고 싶다. 이런 방식의 차이는 학교 운영에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일본 연구자의 예상 내용과 우리의 현상을 보면, 우리가 먼저 시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정부의 지원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등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올해로 교과교실제 추진 3년째가 된다. 아마도 기존 학교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교과교실제를 추진하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국가인 만큼, 최대한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의사를 이끌어내면서, 보다 많은 재정(면적)을 투자하여 공간의 충실화를 꾀하면서, 결과로 교수 학습 및 학생들의 생활의 질 적 향상, 그리고 새로운 학교문화의 창조라는 등의 성취를 기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열린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였던 상황적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아, 추진 담당 부서에서는 교과교실제의 추진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문화의 개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지난 과정을 점검 분석하고, 문제점 및 개선점을 찾고, 학교 현장 및 관련 전문가의 종합해가면서 개선 방향을 만들어, 지도하고 연구하는 등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 주기를 절실하게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