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영학
[B세대 1315] <2> 떠도는 아이들-거리서 만난 열세살 상수
인천혁신교육 선구자
2010. 7.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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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째 거리 생활… 절도·폭행으로 벌써 7번 경찰서行
[B세대 1315] <2> 떠도는 아이들-거리서 만난 열세살 상수 가족 해체 후 집 나와 놀이터·PC방 전전 가출 선배들에 상납 위해 앵벌이까지 '그들만의 룰' 따라 결국 탈선·범죄 늪에
11일 밤 가출한 1315의 아지트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원에 10대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오토바이 등에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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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가출한 1315의 아지트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원에 10대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오토바이 등에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 | |
6일 땅거미가 질 무렵,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놀이터에서 상수(13ㆍ가명)를 만났다. 150㎝가 채 안 되는 키, 뼈만 앙상한 상수는 또래 혹은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아이들과 미끄럼틀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XX, XX 덥네." "오늘은 XX 뭐 하지." "XX 여기서 자기 싫은데." 10대 초반의 대화는 8할이 거침없는 욕설이었다.
상수 무리를 본 행인들은 "가출 비행 소년"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OOO번지가 상수의 서류상 주소, 그러나 그는 놀이터 미끄럼틀이나 PC방에서 주로 먹고 잔다. 벌써 6개월째다.
학교와 가정에 적응하지 못한 B(Bomb)세대 1315들 중에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집에서 피곤한 몸을 씻고,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할 시간에 상수처럼 가출한 무리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몸을 누일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고 있다.
초등학생 가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장은 "가출 연령대가 고등학교에서 중학교, 다시 초등학교로 점점 낮아지는데, 1315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더욱 심각하다. 거리는 이들이 견디기에는 너무 가혹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집을 나가는 첫째 이유는 비정상적인 가정환경과 가정폭력이다. 2년 전 처음 가출을 시작한 상수도 그런 경우다. 상수의 부모는 8년 전 이혼했다. 아버지는 형을 데리고 나갔고 상수를 맡은 엄마는 몇 개월 후 집을 나갔다. 상수 곁에는 병든 70대 외할머니뿐이었다. 간혹 찾아오는 아버지는 "잘 지내냐, 공부 잘 하냐"는 살가운 안부대신 가출한 형의 행방을 모른다고 때렸다.
거리로 나온 상수는 또래 가출 소년처럼 경험과 나이가 많은 가출선배들의 먹잇감(?)이 됐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의 주머니를 털고, '앵벌이'(구걸)에 나서 번 돈을 가출선배에게 바쳤다. 벌이가 좋아 2만~3만원을 상납하면 하루가 평온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형들에게 맞았다.
학교는 상수 같은 아이들을 대부분 포기한다. 상수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수업이 안 된다. 주변 친구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청소년 쉼터로 보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별반 해줄 것이 없다.
결국 가출 아이들은 거리에서 '그들만의 집단'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아 서로를 의지하는 셈이다. 그들만의 룰에 따라 행동하면서 심각한 탈선과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화여대 도현심(심리학과) 교수는 "인지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10대 초반 아이들이 옳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출한 1315는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가출 2년간 상수는 경찰서를 일곱 번 다녀왔다. 절도 세 번, 사유지 무단침입 두 번, 폭행 두 번. 형사책임이 없는 만 14세 미만의 이른바 촉법(觸法)소년이라 철창경험이 없을 뿐이다. 상수는 "얼마 전 열려 있는 반지하방 창문으로 들어가 30만원이나 훔쳤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박부진 명지대(아동학과) 교수는 "이제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고민할 때가 됐다. 특히 학교가 중심이 돼 더 늦기 전에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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